2005년 마지막 날 찾은, 용유도 선녀바위 뽀다가족, 그리고 겨울


(배는 육지와의 연결고리를 풀고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우리를 영종도에 내려놓았다.)

희미한 옛 기억을 되살리며 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 아직도 구읍나루터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종도에서 용유도에 있는 을왕리해수욕장까지 두 번이나 다녀온 경험을 믿고 미리 길을 알아두지 못한 후회감이 밀려든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기억이지만 분명히 길은 하나였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갔을 때도 그랬고,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갈 때도 이렇게 헤매지는 않았었다.

40분 정도를 헤매다가 결국 ‘구읍뱃터’에 있는 안내지도를 보고 길을 확인했다. 서울 방향 이정표를 보고 갔어야했다. 서울 방향이라면 도로 섬을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자꾸 다른 쪽으로 길을 잡았던 게 잘못이었다. 결국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 20분을 지나고 있는데, 이제야 길을 찾았으니 무척 초조하다. 과연 우리는 올해 마지막으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으려나?

오전 내내 안양의 날씨는 계속 흐렸었다. 안양에서 월미도로 향하는 순간에도 구름 속에 숨은 태양은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었다. 아! 그런데 영종도에서 용유도로 넘어가는 길에, 구름사이로 햇살이 살짝 비치며 그 희망을 보여줬다. 잘하면 아쉬운 대로 일몰을 볼 수 있겠구나!

우리 차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나란히 해안가를 따라 달렸다. 길바닥에 표시된 용유도, 을왕리 이정표를 보니 제대로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젠 시간이 문제다. 처음부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이렇게 헤매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그 길보다는 여전히 월미도에서 시작하는 이 길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가는 길목에 염전도 있었고, 넓은 평야도 있었고, 작은 학교 운동장도 있었던 그 길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 길을 다 밟아보지도 못하고 질러왔지만 말이다. 예전에 버스로 갔을 때는 1시간 정도 걸렸었는데 잘 정비된 도로로 달리니 30분 만에 을왕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빨리 오긴 했지만 시계는 이미 5시를 넘고 있었다. 해는 구름사이에서 보일 듯 말듯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아직 차를 세워둘 공간도 잡지 못했다. 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세웠다면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기에 차를 몰고 해변까지 온 것도 실수였다. 이미 차들로 만원인 그곳에 우리가 세울 공간은 없었고, 간혹 세우려고 보면 횟집 주차장이어서 가게 주인이 손님인줄 알고 좋아하고 달려오곤 했다.

10년 동안에 이곳도 정말 많이 변했다. 이렇게 많은 횟집이 들어섰을 줄 상상도 못했다. 예전에 방파제 근처에서 굴을 따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드는데,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서둘러 차를 돌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대신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선녀바위 이정표를 보고 차를 몰았다.


(선녀바위가 있는 해변)

5시 15분. 아직까지 10분정도는 여유가 있으려나? 다행이도 선녀바위 해변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한산했다. 해변에 차를 세우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올해 마지막 태양은 주황색 띠를 그리며 구름 뒤에 숨어있는데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해변에 굳은 채로 섰다.


(선녀바위)

아아! 하지만 해는 마침내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아쉽지만 어쩌랴. 아들과 아내의 손을 잡고 올 한해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출렁이는 바다와 파도에게 대신 했다. 내일 태양이 다시 이리로 넘어갈 때, 우리 대신 인사를 전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쉽게도 2005년 마지막 일몰은 볼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다시 배를 탈까?”

나의 물음에 아이는 다시 배를 타자고 했다. 배 타는 게 제일 좋다고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좀더 여유로울 수 있었다. 영종도 ‘구읍뱃터’에 도착해서 멀리 보이는 월미도를 바라보며 배를 기다렸다. 올 때도 그랬지만 나갈 때도 배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차량의 행렬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마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생겼기 때문에 대부분 빠른 길을 이용해서 그러겠지. 하여간 한산해서 좋긴 좋다. 네온사인 반짝이는 육지의 야경이 오늘따라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월미도 야경)

덧글

  • simsulvo 2006/01/02 17:31 # 답글

    지는 해는 못 보셨지만 한해의 마지막날을 뜻깊게 보내셨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뽀다아빠 2006/01/03 09:51 #

    감사합니다. 심술보님!! 새해 모든일이 성사되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요.^^
  • 도시애들 2006/01/02 19:18 # 삭제 답글

    새해에도 더욱 멋진 삶을....
    복 많이...
    난 말일 엠파스 번개...문수산에..
    에공 지금 허리가..케케케
  • 뽀다아빠 2006/01/03 19:25 #

    에공...고생하셨구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튼튼한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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