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이 아름다운 불갑사 대웅전 뽀다가족, 그리고 봄

아름다운 꽃살문을 가진 불갑사 대웅전


오후 4시는 아이 간식시간입니다. 3년 동안 다닌 어린이 집에서 항상 같은 시간에 먹어온 간식. 아이는 나들이 나온 날도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간식 달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떻게 부르냐고요? 바로 영화배우 설경구씨 버전으로 이렇게 합니다.

“빵도 좋고, 과일도 좋습니다. 내 간식 시간, 지켜만 주십시오!”

하지만 시간은 이미 4시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차안에는 마실 ‘물’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라며 옆에서 중얼대는 아이 입을 막고 매점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결국 그대로 불갑사 주차장에 도착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입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배도 고픈데 매점은 안 보이고, 추운데 걸어서 절까지 들어가려고 하니 심술이 날 밖에요.

넓은 주차장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별로 없어 썰렁하기 그지없습니다. 바람은 또 왜 그리 차갑게 불어대는지, 적막함이 훨씬 더합니다. 저희는 낮에 벗어두었던 외투를 꺼내 입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의 망설임, 솔직히 걸어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무턱대고 걸을 수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일주문 앞에 있는 군밤장수 아주머니가 눈에 띄더군요. 아! 마침 잘 됐습니다. 늦어버린 아이의 간식도 사고, 절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물어 봐야겠습니다.

“걸어갈려고요? 지금 이 시간이면 차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을 거예요!”

군밤 한 봉지를 내주며 말씀 하시는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두워져가는 산사, 쌀쌀해지는 날씨를 탓하며 결국 차를 몰고 일주문을 통과해버렸습니다.


꽃살문이 아름다운 불갑사 대웅전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불갑산 자락에 위치한 불갑사의 기원은 백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누가 언제 창건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백제 무왕 때 ‘행은스님’이 세웠다는 설과 백제 침류왕 원년에 ‘마라난타’가 백제에 들어 올 때 창건했다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그 후 고려후기 ‘진각국사’가 머물면서 대찰로 중창됐으나 다시 정유재란 때 전소되고, 몇 차례 중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잘 닦여진 공원길을 지나쳐 달리다가 비포장도로를 만났습니다. 그 위로는 중장비들이 하루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일손을 쉴 새 없이 놀리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중창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잘 조성된 공원길을 지나 잠깐 만나게 되는 비포장 길, 짧지만 절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도 이런 비포장도로는 남겨놓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절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 절집 구경에 나섰습니다. 이제 막 지어진 불이문이 맨 처음 저희를 반기고, 그 뒤로 천왕문이 보입니다.

천왕문 안에 있는 사천왕상이 이곳 불갑사의 격조를 한층 높여 주고 있습니다.

이 천왕문 안에 모셔진 사천왕상은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목조로 조각한 것을 조선 고종 7년(1870년)에 설두스님이 불갑사를 중수하면서, 폐사된 전북 무장 ‘연기사’로부터 옮겨온 것이라고 합니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159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그 뒤로 만세루가 살짝 보입니다.

천왕문과 만세루를 지나 이제 대웅전 앞마당에 섰습니다. 이 대웅전(보물 제830호)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입니다. 가운데 문에는 꽃무늬 장식이 있고 좌우 문에는 빗살무늬 장식이 있습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각을 들여다보니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불갑사 대웅전(보물 제830호).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입니다.



대웅전 왼쪽에 자리한 ‘일광당’. 스님 한분이 벗어놓은 고무신마저 정겹게 느껴지고


‘일광당’ 담 모퉁이를 돌다가 발견한 전화기. 갑자기 친한 벗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집니다.


서쪽 산 위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백수해안도로에서 이곳으로 오면서는 갑자기 흐렸진 날씨 탓에 일몰에 대한 기대를 버렸었습니다. 그런데 둥그런 태양이 산으로 넘어가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서둘러 불갑사를 빠져나와 다시 백수해안도로를 향해 달렸습니다만, 역시 시간은 저희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차를 몰았지만 해안도로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여운 만에 주위에 가득 남아있습니다.

달리고 달리다가 도착한 천일염전, 태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랩니다.


결국 도로 끝까지 달려가, 작업장의 불이 모두 꺼진 천일염전에 도착했습니다. 태양은 이미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저희는 한참 동안 붉은 노을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기운을 차려 영광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맛있는 ‘굴비’ 와 함께 보내기 위해 영광읍, 미지의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휭 한 바람만이 왕래하는 천일염전은 그래도 그곳에 남아, 노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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